학원에서 학생들과 호흡을 하다보면 즐거운 일, 보람찬 일도 있고 마음이 좀 아픈일도 있다. 학생들의 눈빛과 자세에서 '아, 학생들이 집중해서 내 이야기를 듣고 있구나.'를 느낄 때 보람도 느끼고 뿌듯함도 생긴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도 당연히 연출된다. 이 때는 마음이 좀 흔들린다.
최근에 새로온 학생이 한명있다. 친해져보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단답형" 대답이었다.
"오늘 오후에는 뭐 했어? 좀 재밌는 일 있었어?"
"아무 것도 안 했는데요."
"핸드폰으로 뭐 보고 있는 거 같은데? 유튜브 보는 거 아냐?"
"저 유튜브 안보는데요."
별로 대답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려러니 넘겼다.
일주일 전에 봤었을 때도 수업시간에 졸길래 가서 깨워주곤 했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조는가 싶어서 집에가면 언제 자는지 물어보긴 했었지만 특별한 답은 없었다. 요즘에는 질문을 던지는게 상당히 신경쓰이는 이유 중 하나가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할 수도 있어서 최대한 불쾌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한테 따뜻한 대답 하나를 받는게 매우 어려운 것 같다.
오늘도 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때는 두가지 정도 생각을 했다. 먼저 내 수업이 재미가 없거나 별 필요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는 생각. 나머지는 본인이 그냥 집중을 놓았다는 생각이었다. 그 이유가 어떻게 되었건 현재 내가 보고 있는 현상은 "졸고 있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다음달에도 동일한 모습을 보지 않을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래서 서서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을 가져오려고 했는데 그 것도 거부를 하니 조금 막막했다.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안되고 그렇다고 내버려둬도 안되고... .진퇴양난이란 단어가 머릿 속을 지나갔다.
사실 좋은 선생님란 무엇인지 고민을 하고 있다. 학원에 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지 매번 고민한다. 최근에 교회에서 학생들에게 성경 암송을 같이 하자고 했다가 "아동 학대"라고 클래임을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모든 학생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반응만을 보았을 때, 본인이 힘들고 싫은 것을 하는 행동을 "학대"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실제 학대도 있을 수 있는데 교묘하게 "학대"라는 단어를 이용하는 학생도 있어 보였다. 그러다보니 학원에서 내 행동에 대해 스스로 살펴보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
졸지 않도록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졸지 않는 마음을 스스로 부여잡는 것도 필요한데.... 어디까지 이해를 구해야하는지 사실 좀 어려운 것 같다.
다음 시간엔 초롱초롱한 눈으로 교실 안에 앉아 있는 그 친구를 기대해본다. 몇 주간 좀 힘든 일이 있었던 거였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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