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 정확히는 임대 단지에 살고 있다. 인구가 적다고 이야기는 듣지만 우리 동네로 들어오면 그런 뉴스가 과연 맞는가 싶다. 단지 규모가 좀 큰 편인데 우리 단지 놀이터에 어린이들이 항상 있다. 다른 단지 학생들도 와서 여기서 놀고 있기는 한다.
사실 밤11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오면 교복을 입고 있는 남녀 학생들이 서로 부둥키는 행동을 하는 것을 종종본다. 그리고 교복 입고 삼삼오오 담배피는 모습도 종종본다. 내가 살았던 시절은 어른들이 와서 한마디하면 담배불끄고 그냥 피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했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거나 오히려 욕만 먹기 때문에 신경도 안쓴다.
그런데 최근엔 마음에 갈등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퇴근이 빨라서 정말 오랜만에 저녁을 먹으로 집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초등학생 5명이서 핸드폰에 머리를 모으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머리 모으고 핸드폰 보는 것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나가는데 음란하고 이상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상한 신음소리 같은 것이었는데 귀를 기울려보니 음란물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소리를 키운 상태에서 말이다.
여기서 잠깐 걸음을 멈췄다. 말을 해서 보지 말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집에가서 보라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무시하는 것이 맞는지. 이런 환경에 노출된 학생이라면 부모님도 통제할 수 없거나 통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안타까웠다. 잘못된 길을 가거나 상식적이지 않는 행동을 하는데 어느 누구도 이야기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린 것 같다. 본인에게 조금만 불편한 말을 해도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는 세상에서 과연 학생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이나 교육부 장관이 우리 동네 와서 한번 상황을 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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